읽지 못해도 좋다 · 도쿄의 서점 ② 하루를 서점에서 보낸다면,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
사진은 2023년 12월에 찍었습니다
도쿄에서 서점 딱 한 곳만 갈 수 있다면? 나는 고민 없이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이다.
1층 서점은 아침 9시에 문을 열어 밤 10시에 닫는다. 열세 시간이다. 하루를 통째로 내줘도 아깝지 않은, 내가 생각하는 궁극의 북 스토어!
도쿄도 시부야구 사루가쿠초 17-5 (東京都渋谷区猿楽町17-5)
1층 서점·문구 9:00~22:00 · 2층 쉐어 라운지 7:00~22:00 (2026년 10월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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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daikanyama.tsutaya한 줄 정의책 구경에 카페, 산책까지 하루를 통째로 보낼 수 있는 서점
문을 열자마자 온갖 책이 저마다 다른 얼굴로 맞이한다. 서가는 도서관처럼 끝도 없이 이어지고, 한눈에 들어오는 그 장면에서 이미 승부가 났다.
“우와, 여기 살고 싶다!” 츠타야에 처음 들어가서 든 생각이다. 다이칸야마 동네 사람들이 부러운 첫 번째 이유가 바로 이 츠타야서점이다. (물론 다이칸야마는 우리나라로 치면 청담동 같은 부촌이라고 알고 있다. 부러운 게 이것만은 아니겠지.)

▲ 입구에서 안쪽으로 본 서가 통로
내가 꿈꿨던 책방의 이데아
책을 두는 방식이 제각각이다. 어떤 책은 앞면이 보이게 세워 두고, 어떤 책은 펼쳐서 올려 두고, 그 옆에는 책과 어울리는 소품이며 생활용품이 슬며시 놓여 있다. 책 한 권의 세계를 통째로 큐레이션해서 파는 느낌이랄까. 서가 사이사이에 테마별로 놓인 예쁜 제품들도 같은 맥락이다.

▲ 표지를 앞으로 향하게 진열한 잡지
처음 츠타야에 갔던 날이 아직도 선명하다. 너무 오래 있고 싶은 서점을 만났는데,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를 글들만 가득했다. 그래도 이 공간에 오래 머물고 싶어서 아득바득 읽을거리를 찾다가, 글보다 사진이 많은 잡지를 종류별로 보고 왔다. 평대, 매대 가득한 잡지를 하나씩 넘기며 멋진 잡지가 이렇게나 많구나 싶었다. 레이아웃만 봐도 편집 디자인 공부가 절로 되는 듯했던, 높은 감도의 잡지들.
책 구경을 좋아한다면 2시간은 기본
군데군데 의자가 놓여 있고 서가는 구석구석 깊숙이 이어지는 데다, 실내에는 작은 계단까지 있다. 말로 풀면 내부가 복잡할 것 같은데, 막상 걸어 보면 신기하게 어수선하지가 않다. 잘 정리된 혼돈이라고 해야 할까. 가까이 갈수록 모든 게 정갈하고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처럼 느껴지고, 한 발 물러서서 보면 알록달록 다채로운데도 이상하게 조화롭다.
그래서 갈 때마다 두 시간은 기본으로 머물게 된다. 책과 아름다운 소품을 좋아한다면 일본어를 몰라도 누구든 시간 가는 줄 모를 것이다. 구경하다 보면 막판에는 다리가 아파 오는데, 중간중간 앉을 곳도 있고 카페 공간도 있어서 쉬고 싶을 땐 언제든 쉬어 가면 된다. 서점 주변 조경과 경관도 워낙 예뻐서, 잠시 밖으로 나와 테이블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이나 강아지를 구경하는 것도 좋다.

▲ 서가 사이에 놓인 의자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

▲ 건물 앞 테라스 자리
옷 만들던 사람이 만든 책방
이 서점을 만든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츠타야서점을 처음 연 사람은 마스다 무네아키다. 1951년 오사카부 히라카타시에서 태어난 그는 대학 시절 패션 디자인 쪽 일을 해 보려고 재봉학교에도 다녔다고 한다.
졸업 후에는 1973년 4월 옷 회사 스즈야에 들어갔다. 거기서 가루이자와의 상업시설 벨코몬즈를 개발하고, 점장도 하고 판촉 디렉터도 맡았다. 그러다 1983년 2월에 회사를 그만두고 한 달 뒤인 3월 24일, 고향 히라카타에 첫 서점을 열었다.
상호는 조부가 하던 가업의 이름에서 따왔다. 에도의 출판인 쓰타야 주자부로와 이름이 같아 헷갈리지만, CCC 설명으로는 직접적인 혈연도 사업 승계도 없다고 한다.
다이칸야마 T-SITE
첫 서점을 연 지 28년 뒤인 2011년 12월 5일,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이 문을 열었다. 설계는 클라인 다이섬 아키텍츠가 맡았다. 큰 T자 모양의 건물 세 동으로 이루어져 있고, 외벽은 작은 T를 엮은 모양이라 빛에 따라 표정이 바뀐다. 집처럼 편안한 스케일과 소재의 촉감을 염두에 두고 설계했다고 한다.
건물 못지않게 좋은 건 바깥이다. 서점 주변 조경과 경관이 워낙 예뻐서, 이 일대가 동네 명물이자 좋은 산책 코스가 됐다. 그래서인지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 나온 동네 사람들이 정말 많다.
주말이 되면 가족 단위로 쏟아져 나온다. 이 풍경 자체가 이미 동네의 일부라서, 로컬 문화를 이루는 데 일조하는 공간이라는 말이 딱 맞다. 이런 멋진 공간이 생활의 일부가 될 수 있다니, 부럽다.
나도 이 동네에 살았다면 일주일에 두세 번은 찾았을 것이다. 꼭 책을 보러 오지 않더라도 T-SITE 안에 맛집, 카페, 멋진 식료품점, 산책로까지 머물 이유가 너무 많으니까. 다이칸야마 동네 사람들이 부럽다던 내 말은 진심이었다.

▲ 건물 벽의 T자 무늬. 층별 안내판이 걸려 있다
사 온 것들
츠타야는 첫 방문 이후로 도쿄를 찾는 굵직한 이유 중 하나가 됐다. 도쿄에 갈 때마다 빠짐없이 들르는, 내 여행 예산을 위협하는 곳 중 한 곳이다.
갈 때마다 몇 권씩은 들고 나오는데, 주로 미술 관련 잡지나 드로잉북을 사게 된다. 읽지 못해도 레이아웃만 넘겨 보면 공부가 되는 책들이다. 게다가 책뿐 아니라 예쁜 물건들도 그득해서, 입장과 동시에 이것저것이 손에 들린다.
그렇게 데려온 여러 가지 중에서 가장 아끼는 건, 웃기지만 빈티지 액자다. 고양이 그림이 들어 있는 나무 프레임 액자였고, 한화로 3만 원대 후반이었다.

▲ 미로코 마치코의 그림책과 굿즈가 놓인 매대. 가운데 작은 나무 액자가 내가 사 온 바로 그 액자다. 빈티지라 하나뿐이었다

▲ 매장에서 처음 만난 나의 액자.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
이 액자를 살 때는 작은 에피소드가 있었다. 앞면에 정교한 꽃무늬 장식이 둘린 빈티지였는데, 가장자리 꽃잎 하나가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들떠 있었다. 이거, 혹시 할인이 되지 않을까? 직원분께 그 부분을 가리키며 안 되는 손짓 발짓까지 총동원해 외쳤다. “브로큰…! 브로큰!” 돌아온 건 아주 단호한 얼굴과 한마디였다. “No. It’s vintage frame.”
완패였다. 할인은 글렀구나, 조금 씁쓸한 마음으로 달라고 했다. 꽃잎 장식이 덜렁이는 액자를 사도 되나 끝까지 고민했는데, 이런 장식은 앞으로 잘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사실 첫눈에 반해서, 사야 할 이유를 나중에 하나씩 보태 가며 한 생각이긴 하다.) 그래서 구매 결정!
그런데 그 합리화가 틀리지 않았다. 요즘은 이런 수작업 장식 액자가 정말 잘 나오지 않는 데다, 있어도 꽤 비싸다. 꽃잎이 더 부서질까 봐 옷으로 둘둘 말아 애지중지 가져온 액자다. 볼 때마다 문양이며 나뭇결이 마음에 쏙 들어서, 귀한 물건을 싸게 잘 샀다는 생각이 든다.

▲ 지금 집에 놓여 있는 액자

▲ 지금 액자 안에는 대학교 졸업식 날 찍은 가족사진이 들어 있다
지금 이 액자에는 대학교 졸업식 날 엄마 아빠랑 찍은 사진이 들어 있다. 꽃잎이 덜렁이던 빈티지 액자는, 그렇게 내가 가장 아끼는 액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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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사진 다인정(@manypeople__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