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어른이가 좋아하는 도쿄 문방구 1

다인정
2024-11-14

*이 글의 사진은 2023년 12월 도쿄 취재 때 찍었어요. 시간이 지난 만큼 매장 구성과 상품은 달라졌을 수 있어요. 주소와 영업시간은 2026년 9월에 다시 확인했어요.

지난 겨울 혼자 훌쩍 도쿄로 떠났다. 가기 전 나름의 ‘계획’이 있었는데 계획 내용이라함은, ‘좋아하는 것 맘껏 하기’였다. 오늘 소개할 도쿄 문방구도 그 계획의 산물이다. 좋아하는 것만 잔뜩 하고, 맛있는 것만 골라 먹고 가고 싶은 곳만 갈 수 있는 게 여행의 특권 아닌가. 비행기가 지상에서 바퀴를 뗀 순간부터 돌아오는 비행기가 도착할 때까진, 좋아하는 것만 골라내어 진득하게 누릴 수 있다. 그리하여 여행의 특권을 잔뜩 누렸던 문구 여행기를 전달하고자 한다. (총 6곳, 3개 시리즈로 진행 예정) 구글맵 링크를 덧붙이니, 꼭 저장할 것!

파피에르 라보 외관

파피에르 라보 (PAPIER LABO.)

1 Chome-1-1 Jingumae, Shibuya City, Tokyo 150-0001 일본
12:00~18:00 · 일·월 휴무 (2026년 9월 기준)
구글맵에서 보기“섬세하고 하늘하늘한 종이 연구실”
추천 제품: 우드 스탠드, 종이 달력, 편지지+봉투

파피에르 라보. 이름만 적어도 마음을 웅장하게 하는 종이 문구의 세계. 처음 이곳에 들어섰던 때가 생생하다. 6-7평 정도? (정확하지 않다) 공간에 종이 문구들이 미술품처럼 놓여 있었다. 하늘하늘한 종이 굿즈들에 가까이 가보니 단번에 심상치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여기다. 덕후가 누울 자리!”

두께와 질감이 다른 종이 위로 알록달록 그래픽 디자인이 새겨진 편지지, 달력, 메모지 등 곱지 않은 것이 없었다. 종이 문구에 관한 공력이 느껴졌다. 그뿐인가. 섬세하고 가는 금속 공예 & 단단하고 작은 목공예 물건들이 종이 굿즈를 잔잔히 서포트하고 있었다. 종이 외에 다른 재료로 만들어진 문구류도 그 자체로 아름다웠지만 ‘종이’라는 주인공을 은은하게 빛내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가게 이름 자체가 ‘종이 연구실(=파피에르 라보)’이다. 종이와 종이 문구를 판매하는 것이 콘셉트인 공간. 일본 로컬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종이 굿즈들도 큐레이션되어 있다.

어른이가 좋아하는 도쿄 문방구 1

주인의 부지런함이 느껴지는 깨끗한 외창을 자랑하는 외관. 때 하나 없는 유리창을 보니, 마음마저 깨끗해진다. 문을 중심으로 우측은 공간 주인의 데스크와 재고 수납 구역, 좌측은 굿즈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어른이가 좋아하는 도쿄 문방구 1어른이가 좋아하는 도쿄 문방구 1어른이가 좋아하는 도쿄 문방구 1어른이가 좋아하는 도쿄 문방구 1

알록달록 질 좋은 종이 문구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비교적 크지 않은 규모지만 선반마다 높은 퀄리티의 종이 문구가 질서정연하게 누워 있는 섬세한 모습이 눈을 사로잡는다. 엽서, 마스킹테이프, 달력, 메모지, 편지지와 봉투까지, 두께와 용도, 텍스처까지 다양한 종이들! *이토야나 *로프트 같은 양의 다양성에 비할 수 없지만 이 선반을 다채롭게 채우기 위해 수많은 고민을 했을 기획자의 마음이 느껴졌다. 물건 사이사이 공간 운영자의 애정 어린 광기가 녹아 있다. (너무 좋다)

*이토야, 로프트: 도쿄 대형 문구숍 이름

어른이가 좋아하는 도쿄 문방구 1어른이가 좋아하는 도쿄 문방구 1

특히 종이 달력은 색감과 크기, 폰트까지 모든 게 적절했다. 숫자 크기와 명도 대비도 시원시원해서 아름다울 뿐 아니라, 달력의 기능도 충분한 제품이다. 이쯤 되면 저절로 ‘잘한다 잘한다~’가 엿가락처럼 나오는 것이다.

서두에 소개한 것처럼 우측 사진에 보이는 다양한 목공, 금속, 도자 제품들도 수려하다. 바둑판 모양의 나무 스탠드는 격자무늬로 틈을 낸 디자인인데 공정이 섬세한 데다, 작은 명함이나 종이 오브제를 줄 세워 꽂을 수 있는 기능도 있다. 물론 별다른 기능이 없어도 책상 위 아름다움이란 쓸모가 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 나무 스탠드는 공간에 방문하기 전부터 마음에 둔 제품이었기 때문에 고민 없이 한국행으로 결정했다.

어른이가 좋아하는 도쿄 문방구 1어른이가 좋아하는 도쿄 문방구 1

좋은 공간 속 탐나는 공간 주인의 책상

꼼꼼히 고른 몇 가지 제품을 계산대 위에 올려두고는 뭔지 모를 미련에 몇 번이고 뒤를 돌아봤다. 더는 안 된다고 다짐하며 포장에 여념이 없는 스태프님의 책상을 보기 시작했다. 공간을 직접 기획하기도 하고, 수많은 공간을 다니며 생긴 습관 중 하나가 책상 구경이다. 공간 기획자(=주인, 스태프, 운영자)의 구역을 유심히 본다.

공간 운영자의 입장에서 데스크는 일터이자, 가장 오랜 시간 머무는 안식처 그리고 쇼룸의 일부다. 감도 높은 곳은 언제나 주인의 책상 또한 멋지다. 파피에르 라보 역시 공간 분위기에 맞는 주인장의 데스크를 볼 수 있었다. 단정한 가위와 짙은 색상의 데스크 매트, 깔끔한 포장지와 금빛 마스킹 테이프가 눈에 띄었다.

탄탄한 제품으로, 있어야 할 물건들만 존재하는 책상이었다. 말 그대로 이 공간 전체가 탐이 났다. (TMI. 심지어 스태프님의 손목 위 데이터뱅크 시계까지 탐이 나서 결국 구매했다.) 모든 것이 단정하고 섬세한 종이 굿즈의 세계, 파피에르 라보. 포장의 나라, 도쿄의 상점답게 정성 어린 포장도 해주시니 선물을 찾는 곳으로도 좋은 선택이다.

정성스레 포장된 제품을 건네받고, 데스크에 놓인 알 수 없는 일본어가 가득한 무가지들도 함께 챙겨 나왔다. (종이를 다루는 곳답게 가게 명함이 참 예쁘니 받아오면 기념하기 좋다.) 방문만 해도 영감이 차오르는 곳. 도쿄에 가면 꼭 가보길 추천한다.

어른이가 좋아하는 도쿄 문방구 1

띵크오브띵즈 (THINK OF THINGS)

3 Chome-62-1 Sendagaya, Shibuya City, Tokyo 151-0051 일본
11:00~19:30 · 수요일 휴무 (2026년 9월 기준)
구글맵에서 보기“이토록 멋진 사무 문구가 있을까?”
추천 제품: 파피에르 보드, 수납 박스, 사무 수첩

띵크오브띵즈는 1905년 설립한 일본 문구 브랜드 ‘고쿠요(KOKUYO)’가 기획한 공간이다. 이 문장을 적는 이 순간에도 문구점으로 말해도 될지 마음속 찬반이 있지만, 일본을 대표하는 문구 브랜드가 만든 공간이니 문방구라 불러도 괜찮겠다는 결론이 들어 소개한다. 왜 고민했냐면 여긴 문구와 함께 커피와 디저트를 파는 카페 겸 숍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카페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곳이 흔하기 때문에 도쿄 문구 여행 리스트에 넣었다.

여기는 여러 장소를 열심히 다닌 탓에 지친 다리를 쉬고자 찾은 장소였다. 커피를 찾아 들어선 곳이었는데 이곳에서 문구만 5만 원어치를 샀다. (아뿔싸) 예상치 못한 소비 폭격으로 지갑에 위협을 줄 수 있는 문구 개미지옥, ‘띵크오브띵즈’를 소개한다.

어른이가 좋아하는 도쿄 문방구 1어른이가 좋아하는 도쿄 문방구 1어른이가 좋아하는 도쿄 문방구 1

노오란 단풍 융단이 깔린 입구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서니 우측에선 로컬브랜드로 추측되는 스낵과 물건 팝업이 열려 있었다. 여기도 맛있어 보이는 로컬 스낵이 많았지만, 목이 마르고 다리가 아파 오래 보진 못했다. 입구 바로 앞에 주문대가 있어서 홀린 듯 “커피, 커피!”를 되뇌며 다가섰다.

어른이가 좋아하는 도쿄 문방구 1어른이가 좋아하는 도쿄 문방구 1

주문대 바로 앞에는 반원형 테이블 위로 원두가 전시되어 있다. 원두 홀 빈도 구매할 수 있는데, 커피 맛이 꽤나 좋았던 것 같아서 원두 구매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문구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카페지만 원두 취향을 다섯 종류로 나눴다는 점에서 커피에 관한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우측 사진에 보이는 빵은 도넛 스타일의 디저트이고, 역시 여러 가지 옵션을 제공한다. 산미가 있는 아메리카노와 빵 하나를 골라 주문했다.

부은 다리를 탕탕 손으로 치며 안쪽으로 들어서자 앉을 자리와 (드디어) 고쿠요사 문구가 보였다.

이곳은 밖에서 보면 안쪽 공간이 그리 깊거나 커 보이지 않지만, 직접 안으로 들어서면 안쪽으로 깊고 꽤 큰 공간이 나온다.

어른이가 좋아하는 도쿄 문방구 1어른이가 좋아하는 도쿄 문방구 1어른이가 좋아하는 도쿄 문방구 1어른이가 좋아하는 도쿄 문방구 1어른이가 좋아하는 도쿄 문방구 1어른이가 좋아하는 도쿄 문방구 1어른이가 좋아하는 도쿄 문방구 1어른이가 좋아하는 도쿄 문방구 1

내 책상이었다면

결제 서류가 잔뜩 들어갈 듯한 바인더, 조그만 철제 서랍, 그림 하나 없는 ‘사무용’ 마스킹테이프가 놓인 매대. 띵크오브띵즈의 문구들은 얼핏 투박하지만, 사무용 문구에서 오는 실용적인 디테일과 쓸모가 마음을 사로잡는 게 특징이다. 그중에서도 마카나 오일파스텔로 글과 그림을 쓸 수 있는 ‘파피에르 보드’가 지갑을 위협한다. 대단한 디자인은 없지만 이상하리만치 탐나는 아이템이다. 색상과 질감별로 종류도 다양하다. 냉장고나 방안에 붙여두기 딱 좋은 느낌!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아이가 그린 오일파스텔 그림을 오래 보기도 좋을 거 같다. 나는 냉장고 속 재료를 적어둘 요량으로 구입했다.

어른이가 좋아하는 도쿄 문방구 1어른이가 좋아하는 도쿄 문방구 1어른이가 좋아하는 도쿄 문방구 1어른이가 좋아하는 도쿄 문방구 1

이 밖에도 비밀번호가 있는 귀여운 작은 철제 서랍, 각종 지류를 종류별로 구분하여 보관할 수 있는 렉이 자꾸 발길을 잡는다. 결이 느껴지는 하드커버 수첩은 겉에 원하는 문구를 색이 있는 박으로 새길 수 있었다. 없는 사무실이라도 하나 얻어서 핑계 삼아 다 사 오고플 만큼 미감을 자극하는 제품이 가득했다.

어른이가 좋아하는 도쿄 문방구 1

그 결과. 그저 커피 한 잔과 앉을 자리 하나를 기대하고 찾았던 곳이었는데 두 손이 무거워진 (위험한) 곳이다. 하지만 감각적인 공간에서 맛 좋은 커피 한 잔을 들고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문구를 즐길 수 있으니 문구 쇼핑을 한다면 찾아갈 만한 공간이다.

*사진 촬영: 2023년 12월 · 영업 정보 확인: 2026년 9월. 방문 전 공식 홈페이지에서 한 번 더 확인하시길 권해요.


Copyrightⓒ peepful All Rights Reserved.
글과 사진의 모든 저작권은 핍풀에 있음을 알립니다.

P.S.
문구 여행 이야기 쓰기는 역시 재밌네요. 여러분의 최애 문구숍은 어디세요?

Credit

글 & 사진    다인정(@manypeople__j)

행간
글씨 크기